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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민생·김여정 외교… '대적' 선포로 확인된 남매 정치

입력 : 2020-06-09 15:15:44 수정 : 2020-06-09 17: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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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남북 간 모든 직통 연락채널을 끊고 대남업무를 대적사업으로 선포한 배경과 중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그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있었다. 북한이 이번 조치의 이유로 꼽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처음 언급한 것부터 엿새 만에 실질적인 지시를 내린 것까지 김 위원장의 이름이 아닌 김 제1부부장의 이름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화학공장 발전, 평양시민 생활보장 등 민생현안을 다룰 뿐 대남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실질적 후계자로 꼽히는 김 제1부부장이 북한의 외교 문제를 전면적으로 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남북정상회담서 비서수행했던 김여정…올해 초부터 외교 메시지 던져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김 제1부부장의 소속 부서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2018년 당 선전전동부 제1부부장에 임명된 김여정은 지난해 말부터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불려왔다. 다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소속 부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북측 수행원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에 통일부는 △조직지도부 이동 △선전선동부 유임 △확인되지 않은 지위 3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서 김 제1부부장의 소속을 추측하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인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김 위원장을 향해 이리저리 뛰며 밀착 수행하는 비서실장 역할이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초 담화문을 통해 청와대를 압박했을 때부터 김 제1부부장은 달라진 역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당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청와대가 우려를 표하자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며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청와대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인,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고 북한 특유의 거친 언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례적인 담화에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이때도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다음날 문 대통령에 친서를 보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했다. 한쪽에선 채찍을 한쪽에선 당근을 주는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에 당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 제1부부장의 두 번째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향했다. 그는 3월 말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북미관계를 두 정상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어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며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지난 4일 담화도 최고지도자 교시처럼 표현…남매가 민생, 외교분야에서 역할분담한 듯

 

지난 4월에는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불거지자 김 제1부부장이 국내·외 매체들에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아들이 어리다는 이유에서다. 신변이상설이 불거지기 이전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당 정치국회의에서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임명된 것은 백두혈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해 초부터 김정은을 대신해 대남, 대미 담화를 발표하는 등 김여정의 활동은 사실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중앙’의 역할이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개최한 당 정치국 회의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당중앙’이란 표현은 북한 김일성 통치 시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해놓고 그걸 ‘당중앙’으로 간접적으로 호칭할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시사한다.

 

 

특히 남북 모든 직통연락망을 끊어버린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마치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표현됐다. 그는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여정이 (북한 내)넘버2가 됐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 대내 문제를 총괄하는 데도 지금 힘겨운 실정”이라고 남매가 각각 민생, 외교 분야에서 일종의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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